글방/시,시조

기생 시전

오용진 2009. 8. 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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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기생해 먹기 어려웠겠다.

 

* 여 산

애틋한 인간지정을

어찌 귀천으로 따지리요.

 

황진이는

화담을 끝내 짝사랑으로 끝냈고

이시종이랑 끝내 사랑 넝쿨 만들지 못하더라.

   

설중매는

자기를 사랑한 촌 총각에게 여생을 맡기었고,

 

일지매는

오매불망 그리던 임백호를 서방으로 맞았더라.

 

먼저 간 님 통곡한다 일편단심 지키더니

진주도 노 진사의 열정엔 치마끈을 풀더라. -여 산-

 

*황진이

산은 옛날의 그 산인데 물은 그 옛날의 물이 아니로다.

밤낮으로 흐르니 옛날의 물이 있겠는가.

뛰어난 인재도 물과 같이 가고 나면 오지 않는구나.

 

어저 내 님이여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라 하드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을

나도 몰라 하노라.

 

*진주 (8능 시)

평양의 진주 무엇이 능한 바야

노래도 능하고 춤도 능하고 시 한 수 짓는데도 능하네.

능하고 능한 가운데 또 한 가지 능한 것이 있으니

달 없는 밤 삼경에 지아비 희롱함이 또한 능할려나.

 

비 개인 푸른 언덕 멀리 바라보며

남포에 가는 그대 나만 슬프다.

대동강 푸른 물결 어느 때나 다하랴

해마다 흐른 눈물 물결보다 더하네.

 

*일지매

이 날 밤이 어인 밤가 어르님을 뫼시도다.

끝 없이 웃고 싶고 하염없이 울고 싶다.

아마도 기쁨 때문에 미칠듯만 하여라.

(가시나 완전히 아주 뿅 갔어.)

 

*추향

내 마음 돌덩이가 아니라

구부려 버릴 수도 없고,

내 마음 돗자리가 아니라

걷어치울 수도 없다네.

 

*능운

달 뜨면 오시겠다 말해 놓고서

달 떠도 우리 님은 오시지 않네.

아마도 우리 님 계시는 곳에는

산이 높아 저 달도 늦게 뜨나 봐.

 

뭇 남자들이 그 녀들 치마폭에

가산을 탕진하고 신세 망쳤지만,

그래도 자기들이 미친 님께는

속일 수 없는 속내를 드러냈으니,

이를 어쩌면 좋으리까.

 

부귀영화 뒤에는

초라한 마음의 앙금이 남고,

이글거려 타던

시뻘건 장작 뒤에는,

오직 시커먼 재만이 남음을

어찌 인간들은 모르고 살아갈까.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흘러간다' 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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