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변의 주막
금강산 구경을 마치고 安邊(안변)와서 주막에 들어갔다.
젊은 주모가 하는말이, 할아버지 묘와 아버지 묘사이에 허생원이란
사람이 자기 딸의 묘를 썻기때문에 어머니가 허생원에게 묘를 옮기
라고 하였지만 옮기지않아 싸우다가 어머니머져 죽었다고 억울 함
을 호소하는 것이다.
“허 생원의 딸 묘가 아직도 있다는 말이 구나”
“예 예.... 파 간다 파간다 하면서도 그대로 있으니 더욱 답답하지요”
김삿갓은 주모의 한을 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 하였다.
“지필묵을 내 오게나.”
김삿갓은 오래 만에 맡아 보는 묵향 이었다.
以士大夫子女 臥於祖父之間
이사대부자녀 와어조부지간
付之於祖乎 付之於父乎
부지어조호 부지어부호
사대부의 딸이
할 애비와 애비의 사이에 누워서
할 애비와 붙어먹을 셈인가?
애비와 붙어먹을 셈인가?
이렇게 일종의 욕을 써놓고,
“자네의 억울함을 이 고을 부사도 알고 있는가?”
“부사 어른은 모르고 억울한 말을 표해도 아전 손에서
주물럭거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겠구나" 하면서 다른종이에 한 구를 더 썼다.
屈去屈去 彼隻之恒言
굴거굴거 피척지항언
捉來捉來 本守之例題
착래착래 본수지예제
今日明日 乾坤不老月長在
금일명일 건곤불로월장재
此日彼頃 寂寞江山今百年
차일피경 적막강산금백년
* 隻 ; 외짝 척(짝 없는 사람) 捉來 ; 잡아오다.
파 간다 파 간다 함은, 저쪽이 늘 하는 말이요.
잡아 오라 잡아 오라 함은, 이곳 사또가 늘 하는 말 일세.
오늘 내일 하여도, 천지는 변함없고 세월은 여전 하니.
이 핑계 저 핑계에, 적막강산 금세 백년 일세.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양쪽에 사람을 보내게나,
관아로 가는 것은 반드시 부사가 직접 보게 해야 할 것이야,
그 때 가면 자네는 억울함을 호소 할 길이 트일 것이다.
이리하여 주모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고
이집에서 몇 날을 묵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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