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는구나
유자가 아니라도 품음 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그로 설워하노라
박인로(朴仁老, 1561~1642)
【해설】 작가가 한음 이덕형을 찾아갔을 때, 한음이 소반에 일찍 익은 홍시를 내 대접했다. 옛적 육적이 귤을 품어 가 부모님께 드리려 했다는 고사처럼[육적회귤陸績懷橘], 귀한 홍시를 보자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그때 육적은 부모님이 계셨지만, 지금 화자에겐 품어 가도 드릴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량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시지 아니한다.
【참고】 육적회귤陸績懷橘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삼국 시대 오나라에 육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여섯 살 때, 원술袁術이라는 사람을 찾아갔다가 그가 내놓은 귤 중에서 세 개를 몰래 품속에 넣었다가 하직 인사를 할 때 그 귤이 굴러 나와 발각이 되었다. 그때 원술이 사연을 물으니, 육적은 집에 가지고 가서 어머님께 드리려 하였다 하므로, 모두 그의 효심에 감격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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