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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행동하라

오용진 2013. 1. 28. 10:57

 

옳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행동하라


10년 전인 2003년 오늘. 보건복지부 건물에서 함성이 터졌습니다. 과천 벌판이 울렸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복지부로 현장상황을 전하던 전병율 현 질병관리본부장의 목소리에는 감격의 눈물이 배어있었습니다. 이날 대한민국의 수많은 보건 전문가들이 스승으로 여기던 이종욱 박사가 7차례의 투표 끝에 과반에 성공해서 제6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선출된 것이지요.

이 총장은 알려진 대로 편한 길, 호화로운 삶보다는 옳은 길, 가치 있는 길을 선택한 큰 의사입니다. 그는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안양 나자로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돕습니다. 거기서 만난 일본인 자원봉사자 레이코 여사와 결혼, 사모아의 린든 존슨 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면서 봉사의 삶을 펼칩니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환자를 돌봐서 ‘아시아의 슈바이처’라고 불렸지요. 이때 서태평양 지역사무처 한센병 자문관으로 위촉되며 WHO와 인연을 맺었지요. WHO 예방백신국장 시절에 지구촌의 소아마비 발병을 뚝 떨어뜨리자 미국 과학교양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그를 ‘백신의 황제’라고 칭했습니다. 그는 WHO 직원들에게 강한 사명감을 심어줬습니다.

We must do the right things 우리는 반드시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We must do them in the right places 반드시 적합한 장소에서
And we must do them the right ways 반드시 옳은 방법으로 그 일을 이뤄내야 합니다.

WHO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이 총장을 지켜 본 권준욱 현 질병관리본부 전염병센터장은 이 총장의 전기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해야 해. 돈이 없어서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같이 일할 지원 인력이 필요해서,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렸다가… 이런 식으로 하지 않을 핑계를 대면 한이 없거든,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 일단 시작해야 해.”

이 총장은 몸만 앞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평생 공부했습니다. 자신의 업무영역뿐 아니라 의사로서 중요한 학술지는 기본적으로 보았고 국제적으로 보건 의료와 관련된 큰 사안이 터지면 꼭 자료를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인문학과 예술에도 달통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한국 신문도 꼬박꼬박 챙겨보았습니다. 60이 넘어서도 퇴근 뒤 프랑스 신문을 읽으며 프랑스어를 공부했습니다. 아내가 페루에서 빈민을 돕는 활동을 했기에 혼자서 밤잠 안자고 일에 매달리다가 2006년 5월 21일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많은 분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 총장은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지위였지만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에서는 늘 1등석을 마다했고, 평소 1500㏄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몰고 다녔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도 분담한 돈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믿음,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며 살았지요. 자기 이름의 아파트 한 채 없었습니다. 돈이 생기면 모두 WHO 기금으로 쾌척했으니까요.

이 총장은 꿈이 없는 젊은이를 싫어했고, 꿈이 푼푼한 청년을 대견하겨 여겼습니다. 그 역시 평생 꿈을 꾼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전쟁이 터지고 공무원인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자 어머니, 형과 함께 60일 동안 눈보라와 칼바람을 뚫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걸어갑니다. 이 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람의 소중함을 처음 느꼈고 평생 사람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다섯 살의 나이에 큰 꿈을 꾼 것이지요. 레이코 여사는 그의 꿈을 이렇게 전합니다.

“그는 비가 올 때면 어디엔가 태양이 떠 있다며 그것을 찾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리고 따라가다 보면 태양이 보였지요. 그걸 보면서 어린이마냥 즐거워했습니다. 그는 꿈을 꾸었고 이를 이루려고 노력한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