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주정을 탓하기 전에 술문화 되돌아봐야 |
토요일에 일 때문에 전주, 익산에 다녀왔습니다. 자정 무렵 용산역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데 눈이 불편했습니다. 술에 취해 쓰러진 친구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청년, 갓길에 앉아서 진하게 포옹하고 있는 중년남녀, 길가에 앉아 외국인 청년에게 몸을 맡겨 잠든 20대 여성…. 대한민국이 술잔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한때 직장인이 술을 못 마시면 지옥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신문사에 다닐 때 일부 기자들은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선배들로부터 육두문자와 함께 “술도 못 마시니 일도 못한다”는 꾸중을 들어야했습니다. 어떤 선배는 매일 집에서 한 잔씩 목구멍에 부어넣는 ‘지옥훈련’을 해서 주량이 소주 반잔에서 소주 3, 4잔까지 늘어났다고 토로하더군요.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술을 잘 마시면 박수를 쳐주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술에는 장사 없고, 알코올에 철인(鐵人) 없습니다. 대체로 술고래가 모주망태가 되고, 알코올중독이 됩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말은 1회성 술자리에서도 통하지만, ‘술꾼의 삶’이란 차원에서도 통하는 말입니다. 대체로 사람의 알코올분해효소는 50대가 되면 전성기인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20대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알딸딸했다면 40, 50대에는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모주망태의 뇌는 술에 취했을 때 손과 입에게 전성기 때만큼 더 마시라고 명령합니다. 필름이 끊기고 주사(酒邪)와 실수가 잦아질 수밖에 없지요. 실수가 잦아지면 술을 끊어야 하지만, 이미 알코올중독에 들어섰는데 쉽게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가 폐인(廢人)의 길로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고는 주폭(酒暴)과 음주운전을 없애자는 말, 공허한 말입니다. 사회가 술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술로 인한 범죄 줄일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공원에서의 금주와 버스 지하철에서의 술 광고 금지를 추진하는 것, 국회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 등이 공공장소의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 등 술판을 줄이려는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와 함께 선진국에서처럼 특정 가게에서 특정시간에만 술을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술은 자신을 절제할 수 있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일부 술집의 메뉴판 문구대로 ‘감사할 따름’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함께 삶 자체를 파괴합니다. 사회도 병들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담배 못지않게 해악이 큽니다. 실은 술과 담배는 친구처럼 따라다니지만. 흥청망청 술자리의 절반이라도 가족과의 저녁으로 옮겨진다면 우리 사회, 훨씬 건강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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