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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스 리는 부자의 길을 마다하고 웹을 인류에 바쳤는데...

오용진 2012. 5. 1. 01:51

버너스 리는 부자의 길을 마다하고 웹을 인류에 바쳤는데...

라일락꽃 향과 철쭉꽃의 빛깔이 도시를 뒤덮는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벌써 2012년의 3분의 1이 지나갔다니 세월의 쏜살같음이 무섭기도 합니다.

오늘은 월드와이드웹의 ‘실질적 생일’이기도 합니다. 1993년 오늘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월드와이드웹을 공식적으로 선보인 것이죠.

많은 사람이 인터넷과 웹이 같은 것으로 알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인터넷은 세계의 컴퓨터를 연결한 망일 따름입니다. 버너스 리는 흩어져있는 파일들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늘날의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죠. URL, HTTP, HTML 등의 개념을 혼자서 창안했으니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가 현존하는 최고 천재로 선정할 만도 하죠.

버너스 리가 돈과 명예에 욕심을 냈다면 어쩌면 빌 게이츠 이상의 부자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기술을 무료로 개방하고 어떤 특허권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공을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면서 “당신이 대단한 일을 했다”는 말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 투쟁에 가까웠다고 평했을 정도입니다.

웹의 세상은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그 웹은 인류를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야수적 본성을 반영해서 요동치게도 합니다.

어제는 ‘압구정 가슴녀’가 검색어의 상단을 차지했는데 네티즌들이 검색어를 클릭해도 아무 정보가 없자 ‘왜 그럴까’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진보매체의 서평에 그 단어가 들어갔는데 제목에 쓰인 단어만 부각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온라인을 지배하는 포털사이트의 천박한 문화는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쫓아낸다’는 그래셤의 법칙에 지배되는 양상까지 보입니다.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는 ‘콘돔’처럼 정말 필요한 단어는 유해단어로 묶어 놓고, 그보다 훨씬 유해하고 무익한 ‘여신급 외모’, ‘충격 미모’ ‘반전 뒤태’ 등의 키워드로 도배를 하고 있지요. ‘충격’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시답지 않은 기사는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버너스 리는 인류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권한을 버렸지만 탐욕스런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천박한 놀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웹을 이용할 겁니다. 오늘은 웹을 이용하면서 누군가 칭찬하는 댓글도 달고 누군가에게 좋은 정보를 소개도 하시기 바랍니다. 버너스 리의 정신을 생각하시면서 말입니다. 그 아름다운 지성을 떠올리면서 여러분 모두가 아름다운 지성인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