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華滿發*
노후의 자유
도반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노후의 자유’를 내세운 한 생명보험회사의 CF가 눈에 띠었습니다. 자식과 멀어져야 부모가 산다는 것입니다. 결혼식장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부의 아버지가 면사포를 쓴 딸을 데리고 입장합니다. 신부를 신랑에게 인계한 아버지는 사위의 등을 두드리며 “잘 부탁 하네”라는 당부를 남기고 아내에게 달려가 손을 잡고 식장을 나섭니다.
그리고 대기시켜 둔 스포츠카에 올라탄 부부는 단둘이 저녁노을이 가득한 바닷가를 달리며 진정한 자유를 만끽(滿喫)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비 노릇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그럴까요?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드는 CF이네요!
도반 동지 여러분!
끝없는 희생으로 평생 고통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난 어느 명문 사립대 총장님이 있습니다. 아들이 사업을 하다 진 빚 때문에 결국 퇴직할 수밖에 없었죠. 어디 그 대학총장 뿐이겠습니까? 아버지가 평생 쌓아올린 공든 탑이 자식으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지다시피 한 사람이 많습니다. 겉보기에는 무탈해 보여도 자식들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부모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집을 넓혀 달라는 40대 아들과 며느리의 성화로 아파트 평수를 줄인 부모가 있고, 자녀들 결혼시킬 때마다 더 먼 변두리로 이사 간 부부도 있습니다. 자식의 빚 때문에 늘그막에 단칸 전세방을 전전 하는 이도 있습니다. 또 연금마저 차압당한 사람도 꽤 있고요. 뼈 빠지게 교육시키고 직장까지 얻게 해 결혼까지 시켜 주었건만 철딱서니 없는 자식들은 끝까지 부모의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태어나 부모에게 준 기쁨은 잠시뿐, 그 대가는 길고 혹독합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지난해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6 전국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 열 명 중 아홉 명 가량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거나 혼인 취업할 때까지 돌보아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손 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1만117가구를 대상으로 양육 책임 시기를 조사한 결과 ‘대학 졸업 때까지’라는 응답이 46.3%나 되었습니다. 이어 혼인할 때까지'가 27.0%, 취업할 때까지가 11.9%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평생 자녀를 책임지겠다는 의미인 ‘언제까지라도’는 5.5%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진국 평균인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겨우 8.6%에 불과 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자녀들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희생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6·25전쟁 전후 태어난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인 현재의 50대는 우리 사회에서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요,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수명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밀려 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부분 수입이 없는 노후 30년을 맞게 될 수도 있고요.
도반 동지 여러분!
그렇다면 이제 이 세대는 너 나 할 것 없이 언제 어떻게 아름답게 자녀들을 놓아 버릴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지요? 영국 속담에 ‘세상에서 가장 큰 악성보험은 자식’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그런데 고통분담을 통해 자녀들에게 독립심을 심어주며, 지혜롭게 자녀들을 독립시킬 준비를 하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자식들에게 도리는 하되 희생은 하지 않겠다.’고 작심한 뒤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우선 집안의 재정상태(財政狀態)와 월수입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자녀들에게 설명해 줍니다. 부모가 자식들 몰래 끙끙거리면서 무리할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부부의 약속과 협조는 필수적입니다. 대학을 마칠 때까지 학비는 대 주고 먹고 자는 것은 해결해 줄 테니 그 이외의 것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그리고 은퇴 후 살 집을 고를 때는 90세의 나이에 필요한 집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여생을 보낼 집을 고르는 것입니다.
노후생활의 터전은 한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일조량이 풍부해야 하기 때문에 남향을 고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새 주택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둘째, 의료시설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신도시 외곽으로만 나가도 병원을 비롯한 의료시설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잔병치레가 많아지는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했으니 병원이 가까운지 살펴봐야 합니다.
셋째, 사람 곁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울릴 수 있는 집단이 사라진다는 것은 퇴직자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풍광 좋고 친구들과 먼 곳보다는 집의 크기가 더 작아도 좋습니다. 홀로 사는 것 보다는 지인들 곁에서 왕래하며 지내는 것이 더 즐거운 법입니다.
넷째, 배우자 혼자 남을 때를 대비합니다.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도 남은 한 명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족과 가까운 곳이 도움을 청하기에 편합니다. 노후는 현실입니다. 장기간 간병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도반 동지 여러분!
이제 노후준비를 다 끝내고 자유를 만끽하시나요? 아마 현직에 있을 때부터 노후의 자유를 준비하지 않으면 늘그막에 부부가 스포츠카를 타고 노을 진 바닷가를 달릴 수는 없겠지요!